닛케이225 지수가 33년 만에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12%대 상승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단순한 숫자로 보지 말고, 구조의 방향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증시의 구조 변화
닛케이225 지수는 올해 들어 약 30% 가까이 상승하며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상승은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중심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3년 사이 엔화는 달러 대비 약 40% 하락하여, 도요타 등 제조 대기업이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둘째,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로 소비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유통과 소비재 기업들이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셋째, 기업 경영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쿄거래소는 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에 자본 효율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시장의 신뢰를 다시 끌어올렸고, 증시는 이에 응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스피의 정체 요인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12%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대형 기술주의 약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 전기차 판매 둔화 등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구조적인 한계도 분명합니다. 국내 상장사의 약 70%가 여전히 PBR 1배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보다도 저평가된 수준이지만, 시장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본 효율성에 대한 개선 움직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미비하며, 기업의 변화 의지가 시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등 대외 리스크가 겹치며, 투자 심리는 여전히 보수적인 상태입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기준
지금 투자자가 살펴야 할 것은 단순한 주가 지수나 PER/PBR 숫자가 아닙니다. 시장 구조가 나아지고 있는지, 기업이 변화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일본 기업은 정책 변화에 반응하고 있으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아직 변화의 신호를 시장에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시장이라 하더라도, 그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투자 유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수치보다 방향을 읽어야 할 시점입니다. 어떤 기업이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시장이 스스로를 바꾸고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투자의 기준은 가격보다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닛케이의 반등은 단순한 외국인 매수가 아니라, 구조 개선의 결과입니다. 반면, 코스피는 여전히 체질 개선이 더딘 상태입니다. 진짜 차이는 숫자가 아니라, 변화하려는 의지입니다. 지금 그 차이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