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안정 속에서도, 한국 경제에는 일부 회복의 신호가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금 흐름의 변화, 환율 안정세, 국제 유가 하락, 정책적 대응의 속도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주요 경제 지표와 정책 변화들을 짚어보며, 한국 경제가 정말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을지 진단해 봅니다.
외국인 자금 흐름, 채권 중심의 복귀 신호
2024년 말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는 올해 3월까지 8개월 연속 지속되었습니다. 총 8조 8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매도세는 정치 불안과 글로벌 불확실성, 특히 미·중 무역 긴장 속에서 국내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됩니다.
작년 말 -2조 원대였던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 규모는 올해 2월과 3월 각각 5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4월에는 3년·10년 국채 선물에 35조 원 규모의 순매수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급이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 채권의 안정성과 상대적 매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국채 5년물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45bp에서 31bp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국가 신용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완화됐음을 보여줍니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움직이는 '똑똑한 돈'으로 불립니다. 이들의 복귀는 향후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환율과 유가 안정세가 만들어낸 완화 여건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돌파하며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4월 들어 환율은 빠르게 안정되며 1380원대로 진입했고, 이는 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입니다. 원화의 가치 회복은 외화 유출 부담을 줄이고,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 또한 중요한 변수입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60달러 아래로 하락하며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유가 하락은 생산비용 절감, 기업 실적 개선, 물가 안정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불러옵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겐 확실한 호재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내외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실제로 5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리, 환율, 물가, 유가라는 거시경제의 4대 변수 모두가 동시에 완화적 흐름을 보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정책의 타이밍만 맞는다면 경기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 일정, 추경 통과, 국제 협상 등 불확실성 해소 신호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한 국정 운영이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임과 ‘대행 체제’는 정책 공백과 혼선을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6월 3일 대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며, 시장은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출범은 정치 리스크를 줄이고, 경기 회복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까지 통과되면서 재정정책도 본격 가동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까지 더해진다면 확장적 재정과 완화적 통화라는 거시경제의 양대 축이 동시에 작동하게 됩니다.
국제적으로도 7월 마무리를 목표로 한미 관세협상이 진행 중이며, 조선업 분야 등에서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완화된 무역 합의, 미·중 정상 간의 무역 협상 재개 등 글로벌 무역환경도 개선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이처럼 정치와 통상이 안정될 경우 투자 심리 개선, 소비 회복, 기업 투자 재개 등 다양한 긍정적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아직 마이너스이고, 고용과 소비도 회복세가 더디지만, 외국인 자금의 복귀, 환율과 유가의 안정, 정책 공조와 정치 일정 등은 반등을 위한 신호입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지금은 어두운 터널 속이지만, 구조적 개선과 심리 전환이 함께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